사악한 성경으로 만들지 말지니라



고직한 선교사 

Young2080 상임대표

young2080@gmail.com



진짜 사악한 성경

워싱턴의 성경박물관에는 이른바 사악한 성경(wicked Bible)이라는 것이 전시되어 있다. 출애굽기 20장에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중 14절은 간음하지 말라(You shall not commit adultery)라는 제7계명이다. 그런데 전시된 성경을 보면 not이 없어서 제7계명이 간음할지니라(You shall commit adultery)로 둔갑해 있다. 아니 이럴 수가! 누가 그랬을까? 그 당시엔 성경 인쇄를 위해 인쇄공들이 만든 글자틀인 활자를 일일이 활자판 위에 끼워 넣었다. 바로 이때 not을 빼뜨린 것이었다. 그리고는 인쇄되어 책으로 나와버렸으니, 이 성경을 들고 출애굽기를 읽어 가던 사람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성경에 번듯이 ‘간음할지니라’라고 되어 있으니! 그래서 미국성서공회는 이 성경을 전량 수거해서 불태워버렸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작품’을 보관해두고 있는 법! 그래서 어느 대학교로 흘러 들어가 워싱턴 성경박물관에까지 전시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 인쇄공이 실수한 걸까, 아니면 의도적이었을까? 그것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아주 사악한 성경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또 한가지 진짜 사악한 성경을 성경박물관에서 봤는데, 정말 고의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한동안 특정 지역에서 사용된 것이다. 성경은 성경인데, 아예 출애굽기 전체가 날아가 있는 성경이다. 아니 왜 출애굽기가 통으로 빠질 수 있지?! 미국 남부의 크리스천 지도자들이 흑인 노예들이 성경을 읽다가 자유와 해방을 향한 열망이 생기면 곤란하니 그런 성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노예성경(Slave Bible)이라고 부른다. 차라리 성경을 흑인 노예들에게 주질 말든지 하지, 어떻게 출애굽기를 통째로 뺀 성경을 만들어 읽힐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나님은 분명히 자신의 백성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을 너희는 가감하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내리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키라”(신 4:2). 예수님도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 5:18)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성경의 단어 하나하나 그리고 모든 내용을 아주 중요시하신 것이다.





나도 어쩌면 사악한 성경을 만드는 건 아닐까

나의 성경읽기를 되돌아봤다. 나도 어쩌면 ‘사악한 성경’처럼 성경에서 내가 순종하기 싫어하는 말씀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또는 노예성경에서 그런 것처럼 게으름과 불성실함 가운데 성경의 어느 책들을 아예 빼버리고 읽고 있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 나는 성경을 온전히 읽고 있는가? 나의 성경읽기는 나의 주관성, 욕심과 내 안에 잠재된 무의식적 이데올로기와 선입관과 편견 등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의 큐티는 건강한 성경해석법에 의거해서 진행되고 있는가? 예컨대 오늘날 세상 풍조이면서 교회를 거의 지배하다시피하고 있는 세속주의와 맘모니즘과 성공주의에 입각한 큐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른바 번영신학적 큐티나 적극적 사고방식의 큐티생활은 잠시 내게 마약 주듯이 힘을 줄 수는 있겠지만, 진정 나를 회개시키고 성화의 길을 가게 하지는 못한다. 결국 이런 식으로 큐티를 하면 전형적인 해석학적 우상숭배의 신앙생활로 변질될 것이다. 

그렇다고 ‘그러니 나는 큐티 안 한다’는 결론은 정말 성급하고 어리석은 선택이다. 우선 큐티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짧은 호흡의 끊어 읽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큐티 본문을 자주 전후 배경을 살피면서 맥락 가운데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본문이 있는 성경만이라도 몇 번씩 통독하면서 큐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의미를 본문에 부여하지 말고, 본문의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에게 꽤 까탈스러운 성경해석을 해야 한다. 역시 가장 좋은 것은 매일의 큐티 본문을 몇 번이고 여러 번 읽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 자체는 파워가 있다. 그리고 거듭난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그 안에 성령이 거하신다. 그 성령의 인도와 조명을 의지하고 수없이 그 본문을 곱씹으라. 그렇게 묵상한 말씀은 나의 자아중심적인 심혼골수를 쪼개고, 내 삶을 말씀 안에 머물게 하는 능력이 있다.


<QTzine 201810 고선교사의 큐티클리닉>

Posted by 고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