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존경하는 어느 선배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정의의 반대가 뭔지 아나?" 글쎄 당연히 "불의! 아닙니까?"라고 생각지도 않고 말했지만 그 선배분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고선교사! 정의의 반대는 바로 의리야 의리!" 나는 그의 의외의 답에 짐짓 놀랐습니다. 그 선배분은 우리나라에서 민주화를 위해 대학생 때부터 큰 역할을 한 분이고 우리나라 대안적 시민운동을 일으킨 분입니다. 그 분은 정의를 위한 수많은 투쟁을 해오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정의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그 놈의 의리요 그 놈의 우정이요 그놈의 혈육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깡패들과 조폭들의 의리만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실 이 말은 공의로운 사회나 공동체로 발전하는데 가장 저해가 되는 것이 정실주의임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이해관계 속에 얽혀서 불의의 관계에 갇혀 있는 것도 문제이겠으나 정실주의  속에서 법치사회로 나가는 것에 발목을 붙잡는 것 또한 큰 문제이죠.

정감운동(정직과 감사운동)의 감사라는 것을 사람들은 정실주의와 온정주의와 혼돈하지요. 어떤 사람이 불법을 행해도  그 사람 자체에게 사랑과 인애를 베풀어야 하죠. 그러나 동시에 그 사람이 범한 죄를 인정하고 자백하고 회개해야하는 것의 필요성을 간과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유의할 점은 말뿐의 회개입니다. 회개는 반드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마치 삭개오가 "만일 누구의 것을 속여 빼앗은 일이 있으면 네 갑절이나 갚겠나이다"라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진실한 회개가 통하는 것도 바로 나의 죄값을 치룬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 때문인 것이다. 댓가지불 없이 또는 근거없이 회개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교회가 성장하려면, 우리들의 인간 관계가 더 성숙해지려면 우리 사회가 진정 정감공동체가 되려면 때론 인간적 의리를 깨어야 합니다. 공익과 공공의 정의를 위해서라면 정실주의를 깨어야 합니다. 좀 까칠하다는 말을 들어도 바른 말을 해야 합니다. 물론 사랑 가운데 그렇게 해야죠.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에도 용기있게 정직한 말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바른 말이 통할 때는 사랑과 인애를 베풀어야 합니다. 배려를 해야 합니다.

 

Posted by 고직한